군산복합체계 차원에서 본 세계무기시장의 순환경로_13회

 

 

국제정세의 변화와 아울러 외세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의 내외적 상황과 여건은 1980년 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는 1985년 공산권의 종주국인 소련의 새로운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전개된 개혁과 개방의 정책은 그 진의가 어디에 있든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통해 미·소간에 평화공존체제가 구축되었고, 재래식무기감축협상과 단거리 핵감축협상이 이루어졌다.

 

지난 1991년 12월에는 소련연방체제가 무너지고 구소련의 모든 책무는 러시아의「옐친」에게 이양된 지금 미국-러시아 양국 지도자는 지난 1월 대규모 핵무기감축을 선언 하였는 바, 세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군축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내부에서는 한국이 소련과 수교를 맺었고 중국과의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가운데 미국,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1991년에는 드디어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노태우 대통령의 핵부재선언에 이어 남북합의서가 체결되고 당시 1월에 북한이 드디어 IAEA의 핵안전조치협정에 서명하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와 당사자인 남북한 간에는 가히 기적이라 할 만큼 급속한 소용돌이가 굽이치고 있다.

 

이러한 탈냉전에 의한 대내외적인 변화의 속도에 순응하여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국제질서시대 하에서도 남· 북한 간에는 상호간 실체의 인정은 커녕 대결과 긴장상태의 적대관계가 계속되었다.

 

특히 첨예한 군사적 대치는 전쟁의 위험과 함께 과다한 군사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 대치상태의 긴장완화와 전쟁위험의 감소는 물론 국방예산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군비통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남, 북한 정치, 군사적 대결구조를 평화공존구조로의 전환과 한민족의 궁극적 목표인 평화통일의 달성과정에 있어서도 군비통제는 반드시 해결하여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과제중의 하나라 하겠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군사문제이며, 남 · 북 대화도 종국에는 군축협상으로 축약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군축이라는 것이 아무런 절차 없이 무조건적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간에는 수없이 많은 군축협상이 전개되었지만 실제적으로 군축이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되는가?

 

거의 성사되지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공의 가능성은 희박했었다.

 

그것은 당사국간에 거쳐야 할 신뢰의 벽을 하나하나 쌓아올리지 못하고 정치적인 선전용으로 군축협상이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남북한 간에도 분단이후 지금까지 250여회에 걸쳐 군축에 관한 제안이 오고 갔지만 모두 정치적인 선전용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군비를 축소 또는 통제하려는 당사국간에 오해와 불신에서 오는 군사적 위협 또는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활동, 즉 상호간의 가시적인 신뢰구축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걸프」전 이후 분쟁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되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공할 군사력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남북통일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명의 과제라면 그 전단계로서 군비는 반드시 통제되고 축소되어야 할 선결과제다.

 

그리고 군비를 통제하거나 축소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불신의 벽을 뛰어넘는 신뢰구축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제 1차 세계대전 훨씬 이전부터 오늘날 미-소 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교훈으로 남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정부는 남북 군축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태도는 그간의 군비 경쟁으로 인한 긴장의 확대 재생산, 경제적 부담의 과중 등을 우려하는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는 점과 이러한 정치적 변화를 각계에서 환영하는 것으로 보아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는 인식을 대부분의 국민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발간한 95-9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군사력 증강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상군은 지난해에 비해 1만여 명을 증강, 총 1백 4만 명이고 ▲장갑차는 1백여 대 늘어난 2천 6백여 대 ▲야포는 50여문이 증강된 1만 8백 50여문에 달한다.

 

평양-원산을 잇는 평원선 이남 전방지역에 9개 군단, 60여개 정규사단 및 여단을 전진배치하고 있으며 T-62를 개량한「천마호」를 자체생산, 전차에 반응 장갑을 부착했다.

 

또 한국군의 토 미사일과 비슷한 AT-4 대전차미사일을 자체 생산해 장갑차에 부착하고 전 방향에서 공격이 가능한 SA-16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생산-배치했으며 전체 야포의 52%를 자주화했다.

 

해군 함정은 지원함이 10여척 증가, 7백 90여척에 달하며 유도탄정 등 전투함정을 계속 건조하고 있고 전체 함정의 60%가 전방지역에 전진 배치돼 있다.

 

특히 50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적 해안에 상륙할 수 있는 공기 부양정 1백 30여척을 건조했으며 사정거리 95km 실크웜 지대함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린 신형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공군 항공기는 지원기 20여 대가 늘어나 1천 6백 40여대에 이르며 전투기의 40%를 전방지역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또 AN-2기를 개량 생산했고 러시아로부터 세계 최대의 수송용 헬기인 MI-26을 도입했다.

 

핵무기 제조는 대포동 1, 2호 등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부분적으로 성공한 사실로 비추어 볼 때 북한은 이미 자체 방위 수준을 초과하는 과다한 병력과 무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북한의 4대 군사 노선과 우리의 현대화 계획에 의한 전력 증강은 한국전쟁시의 80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가진 전력수준에 이르게 하였다.

 

군사력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충돌의 속성을 갖는다. 우리는 수도권을 지상 전투권 내에 자동 편입시켜 있는 가운데 살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미국 의회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지상군 1백 4만 명의 75%가 휴전선에서 85km 이내에 실전 배치되어 있고, 4-48시간 내에 남한에 전면 공격할 수 있으며 8만 내지 10만의 기습공격 특수부대가 휴전선 부근에 잠재되어 있다 한다.

 

그들은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AN-2기를 타고 오거나 소형선정으로 투입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남한 어떠한 도시든 간에 1천명 이상만 투입한다면 서울을 제외하고 몇 도시는 쑥밭이 될 우려가 있다.

 

남쪽의 몇몇 도시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방위력은 일선에 투입되기보다 후방으로 빠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로 봐서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반도에는 사실상 핵무기를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발달되어 있는 무기가 다 도입되어 있다.

 

결국 전쟁 억제 차원을 넘어 민족 자멸로 연결될지도 모를 과도한 군사력의 유지보다는 보다 낮은 수준에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며, 보다 덜 위험하고 안전하며, 안정된 안보 환경을 마련하는데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이 시대는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분단된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비 군사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져야함은 물론 군사 분야에 있어서도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반 노력과 절대 안보 개념을 기조로 한 기존의 군사적 대립 관계를 공동안보 개념과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에 입각한 군사적 균형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군사력의 통제 또는 감축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적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군축에 임하는 쌍방이 서로 군사력을 사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는 믿음과 보장이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동서 화해 추세와 주변 국가들의 한반도 군비통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 의지는 남북한 군비통제에 좋은 기회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내에서 지금 당장 시도되어야 할 것은 군사력의 전면적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군비 축소 보다는 군비의 수준, 성격, 전개 혹은 사용에 관한 군비정책을 규제함으로써 전쟁위협을 축소시키고 전쟁 준비를 위한 비용을 절약하며, 전쟁 발발시 피해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군비통제 정책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남북한 상호간에 믿을만한 보장과 어떤 증거를 주고받는 과정, 즉 신뢰구축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방안으로는

 

첫째, 남북한이 직접 만나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북한이 남한의 정전협정 당사자로 자격을 부인, 대화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히 실효성이 적은 안이다.

 

둘째, 남북기본합의서를 사실상의 평화협정으로 보고 정전협정과 대체하는 방안이다.

 

이 역시 북한이 남한을 평화협정의 체결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방법이다.

 

거기다가 북한은 남북한 기본합의서에 줄곧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내고 있다.

 

셋째, 「2+4」방식이다.

 

이는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이 이를 추인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나라를 개입시켜 남북한 당사자원칙을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리고 구소련 붕괴이후 굳이 러시아는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넷째, 「2+2」 방식이다.

 

이는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미국과 중국이 이를 추인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해온 방안이다.

 

그러나 정부일각에는 굳이 중국을 포함시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중국에 강력한 지렛대를 안겨줄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북한마저 이미 정전협정 전환방안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요청에 의해 정전위대표단을 철수시켰다.

 

또 북한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만 체결하면 충분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들어 더욱 불편해지고 있는 미국 · 중국 관계도 이 방안의 채택을 껄끄럽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이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2+1」방식이다.

 

한반도에 이미 사실상의 평화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보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직접대화만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미국에 「사후보장」이라는 적극적 역할을 부여할 경우 남북간 평화협정체결에 응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2+1」방식을 북한이 과연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사후보장이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통한 평화협정체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