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혁명. (부제: 국가통치사상학)_24/100회_금융실명제.

 

 

4. 지하경제고찰에 따른 금융실명제의 양비론적 정치적 함축성

 

 현대 경제에서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은 경제의 혈액인 돈의 흐름이 보다 효율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 경제에 있어서 금리기능의 활용도는 공정성의 유지라는 관점이다. 금리를 시장의 균형금리 이하로 규제하는 것은 저축초과 부문 (개인 등)에서 투자초과 부문(기업과 공공단체 등)에 소득을 재분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균형금리 이하의 국채를 금융기관에 인수시키는 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과세를 의미한다. 저성장에 따라 소득분배의 공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때이므로 이와 같은 자의적인 소득재분배를 수반하는 인위적인 저금리 규제는 가능한 한 피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적극 대응하여 「돈은 돌고 돈다」는 시장원리의 실물 경제 동향에서 어떠한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가.

 

첫째는 경제는 정화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커짐에 따라 우리 경제에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의 내용이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틈탄 외형 팽창과 이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 및 금리 상승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금리 자유화와 시장규제 철폐를 골자로 하는 금융 자율화를 서둘러야 겠다. 금융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위해서는 자금수요의 자제 못지않게 자금공급을 책임지는 금융시장의 정비가 필요하다.

 

조순 전(前) 총재는 「금융시장의 능률향상 없이 실물 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특히 최근에는 금융의 비효율이 실물경제의 짐이 되고 있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구조의 개선을 위해 △금리자유화 확대 △통화관리 방식의 간접 규제로의 전환 △제 2금융권이 제 1금융권에 비해 이상 비대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 구조의 불균형 시정 △금융의 지도 • 감독기능 확충 등을 한은의 당면 과제로 열거했다. 조순 전(前) 총재는「금리규제의 실효성 저하와 규제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 자유 폭을 확대하는 것이 긴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금리자유화를 위해서는「자유화로 금리가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율화가 금융시장 정비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여유자금이 수익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개어음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크게 늘었다는 자금순환 동향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듯이 금융기관이 자유롭고 경쟁적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리, 여신, 내부경영, 업무영역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것이다.

 

즉, 제도적으로 업무영역 확장 그리고 상당한 수의 금융기관 신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 와서 크게 개선되었지만 시장실세 금리가 규제금리보다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한 자유화의 충격은 그만큼 크고 자유화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금리자유화를 위해선 자유화 이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용인해야 하며, 그 경우 시간은 좀 걸리지만 정책당국이 간접적 조절을 통해 금리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신자율화 이후 방만한 여신관리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여 위험이 너무 큰 부문에 자산을 운용하면 자금흐름 왜곡, 부실채권 누증, 그리고 여신 팽창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이나 실무투기 등 거품경제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셋째, 금융자율화와 함께 채권시장 육성 등을 통해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한 제도정비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의 증권화 추세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채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커져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국내채권상장 잔액이 증시상장 액을 웃도는 77조 원이나 되고 연간 거래액도 105조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발행금리 및 채권발행의 규제로 발행시장의 바탕이 약하고 수익률 공시제, 채권 딜러제 각종 국공채의 통폐합 등 유통시장의 육성을 위해 도입을 검토해야 할 상태에서 채권시장의 대외개방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져가는 가운데, 이에 대처한「재정재건」에 관한 제도정비가 매우 시급하다고 하겠다.

 

「재정재건」이라는 것은 고도성장형의 제 2기 재정구조를 새로운 역사적 조건에 대응하는 제 3기 재정구조로 고치는 것이며, 재정적자의 축소는 그 결과 추세(trend)로 나타나는 것이다. 재정정책에 따라서 재정적자가 추세를 중심으로 증감하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 추세를 따라 직선적으로 융통성 없이 적자를 축소 할 것을 우선으로 하여 재정정책의 기동성이 저해되어 경제변동이 커지는 사태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재정의 지출구조 변혁이 끝날 때까지는 조세정책은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정비에 그쳐야 하며 국민의 조세부담 인상을 안이 하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삭제하고 새로운 필요에 대응하는 체제가 이루어질 때 저절로 조세부담 수준이 분명하게 될 것이다. 이리하여 금융자율화 정착에 따른 공공부문이 새로운 역사적 국면으로 적응을 마치고 국제관계의 재구축, 에너지 대책 추진 및 노령화에 대응하는 복지제도의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때 경제 환경의 조성이란 측면에서의 금융실명제 실시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오늘날 정치구도상의 형태로 볼 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정당한 목적과 명분으로 금융 실명제를 실시하였지만 이는 자칫 정권 교체시마다 보여 지는 행태적 관행으로 소위 「실명제가 갖는 정치적 함축성」이 제기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예로 우선 금융 실명제 이후 파생될 문제점을 제기해 보면 정치차원의 비공식적 정치자금의 경제적 배후로서 지하경제의 검은 돈을 상정하고, 금융 실명제를 통하여 이러한 검은 돈의 익명성을 깨뜨림으로써 실체를 공개화하며, 지하의 정치를 지상의 정치로 끌어올리는 제도적 장치로 삼자는 것이지만 이 제도는 기본 경제 질서의 대규모적 혼란을 야기 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실현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은 물론, 특히 비자금의 주요 사용처였던 로비자금은 이제까지 정계나, 정책당국에 투여된 정치자금으로 직접적 수혜자인 정치권이 스스로 목을 죄 가며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고 현실성 있는 견해이다.

 

그리고 기업의 체질상「정치바람」에 특히 약한 이유가 정치적 격변기에는 그룹 총수의 역할이 이권사업과 재계 내에서의 위상이 좀 더 극단적으로는 그룹의 사활까지 좌우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의 세상에 공개된 정치권 로비 내막을 옮겨본다.

 

당시 김 회장은 민자당의 재정위원으로 활약하면서 그룹 임원인 이신행 전무를 지난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구로병 지구당)위원장으로 발탁시켜 출마시키는 등 적극적인 정치적 로비 여건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김 회장은 국내 재벌그룹 총수 중 유력한 로비스트로 부상했다. 김 회장의 로비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990년 삼성의 대형 상용차 진출 건. <1990년7월20일 제주도의 한 골프장>. 이때 전경련은 제주도에서 최고경영자 과정 하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 박필수 상공부장관은 기념사를 위해, 김 회장은 특강의 연사로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는 삼성이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7월6일)한 뒤 기존 업체들의 결사적인 반대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는 1980년 소위 산업합리화 조치 때 특별한 관계를 맺은 금진호 씨(민자당의원)가 동행했다. 금의원은 잘 알려진 대로 전직(상공부 장관)에 비해 정 • 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서 노태우 대통령과의 인척관계가 큰 요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박 장관, 금 의원, 김 회장의 골프 회동이 이루어졌다. 물론 금의원이 다리를 놓았다. 다음날인 7월21일 토요일, 김 회장의 금 의원을 통한 적극적인 삼성저지 로비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은 삼성의 기술도입 신고서 수리방침을 천명하고 공보실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지시는 1시간 만에 취소됐다. 김 회장이 금 의원을 통해 마지막 카드를 쓴 것으로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완화를 적극 추진해 온 김종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인 것이다. 삼성의「기쁨」은 김 회장의 로비력에 의해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삼성의 참관 허용 방침은 업체 실시를 통해 재검토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결국 1990년8월16일 상공부는 1991년10월 이후 수급상황을 보아가며 삼성의 진출 여부를 재론 한다고 선언했다. 삼성의 그룹 숙원사업인 자동차 진출은 이렇게 김 회장의 로비력에 의해 무너졌다. 1992년 재시도(6월23일 신고서 제출)에 이어 삼성이 김 회장의 로비선인 금 의원을 비롯, 김종인 전 수석 등을 철저히 차단한 것도 1차전의 쓰라린 패배가 주요인이다. 상기와 같은 기업생존 적 로비자금을 금융실명제 차원에서 단순논리로 보면 재벌그룹이 더 이상 비자금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 필요도 없다.

 

모든 금융거래가 실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가명이나 차명으로 거액을 만들 재간이 없을 뿐더러 이렇게 만든 비자금을 사용할 용도가 모두 없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실명제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고 실제로 이렇게 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실명제 지상론자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질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벌들은 실명제 때문에 비자금을 만드는 고정이 훨씬 더 정교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이 자금을 보다 은밀하고 확실히「효력」을 발휘할 곳에 써야하는 과제를 갖게 됐을 뿐이다. 재계와 금융전문가들은 재벌의 비자금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지만 사라질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곳곳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재벌총수 등 오너들의 지분관리에 유효한 수단이었던 비자금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바로 사업의「원활한 수행」을 어렵게 하고, 로열패밀리의 재벌 지배수단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가 인정하는 가치는 바로 부가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주역은 정치와 기업이다. 그러나 타락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과정은 더 복잡해진다. 단순히 인건비나 이자, 이윤만이 덧붙여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타락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여기에 「부패의 코스트」가 얹혀져 야만 비로소 부가가치의 최종 액수가 구해진다. 그리고 그 코스트는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이나 자원배분의 왜곡 등을 통해 한 푼도 남김없이 국민경제의 구석구석에 반영된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것이다」기업이 치르는「부패의 코스트」를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삼는 집단은 많다.

 

온갖 이해관계로 기업과 얽히는 모든 집단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정치인과 관료가 항상 대표적으로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그들이 기업에 줄 수 있는 반사이익이 그만큼 크고 따라서 기업이 치러야 하는 코스트도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지, 기업의 「비용」을 자신의「수익」으로 회계 처리하는 집단은 「바늘도둑」이건 「소도둑」이건 다 마찬가지다. 또 기업 스스로가 부패의 코스트를 지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정상적인 비용보다 더 싸게 치인다는 계산이 나올 때 「비용절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기업인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속성인 지하경제를 「절대적 필요악」의 양비론적 차원에서 비교하여 볼 때, 지하경제가 자본주의 사회의 저변에 미치는 영향으로 형성되어진「재정학적」구조상 정치경제학적, 경제사회학적, 정치사회학적 상호 관련되어 동격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하경제가 전적으로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하경제는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제도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거나, 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손쉬운 자금원이 되어 있고, 또 절대자본이 부족하여 세무당국에 영업허가를 낼 수 없다거나, 세금을 제대로 부담해서는 생활비의 염출마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생존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소기업을 보더라도 대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사채시장 의존이 높다는 점, 제도적으로 묵인된 무자료 거래관행, 기업자금과 기업주 자금을 구별하지 않은 방만한 경영 등을 꼽을 수 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지난 1993년 1/4분기에 1천1백71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부족 운전자금 조달방법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23.2%가 사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무자료 거래 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음성거래가 양성화될 경우 자료 노출을 기피하는 거래처가 거래중단을 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한 판매부진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하경제가 사회전체로 볼 때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지하경제가 사회적 비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는 필연적으로 폭리를 추구하고 탈세를 감행하여 온갖 사회적 비리의 온상이 된다. 지하경제에서 벌어들인 돈을 제도금융에 예탁할 경우에는 제도금융은 금리도 낮거니와 언제 적발될는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사채화 되기가 쉽고 또 보석, 금괴, 외화, 골동품, 미술품 등의 구입 또는 부동산 투기 등에 투입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금 • 적금이나 주식, 증권, 국 • 공채, 회사채 등 금융자산이 만약 남의 이름으로 보유․ 거래될 수 있다면 뇌물이나 독직 • 정치자금 등에서 얻은「어두운 돈」이거나 사기나 고리채 투기 등에서 얻은 「더러운 돈」은 제도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돈에 관하여는 사직 당국은 물론 세무당국의 추적에서 벗어나 소득세나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 「자기세금」은 물론 주세, 특별소비세, 관세, 부가가치세 등 「남이 낸 세금」도 얼마든지 탈세할 수 있다.

 

둘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저해되고 생산성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시킨다. 예를 들면, 국민경제가 확대됨에 따라 공공수요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세금은 지하경제로 인하여 제대로 징수되지 못한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는 그 사회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귀중한 자원이 지상경제로부터 지하경제로 이동되어 폭리를 쫓아 사치품의 밀수나 밀매에 투입되기가 쉽다. 지하경제는 일반적으로 생산력이 낮아 사회 전체로 볼 때, 그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므로 만성적인 인플레를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 물가가 등귀할 경우에 공무원, 회사원, 기능공 등 고정 소득자의 명목소득은 결코 그만큼 뒤따라 인상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기예금 연금보험금 등에 의한 정액 소득자의 실질소득은 물가가 등귀한 만큼 줄어들고 만다. 그리하여 고정소득자는 실질소득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장에서 배임 월권행위를 저지르고 정액소득자는 예금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하여 사채시장에 내놓거나 투기행위에 끼어들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을 포함한 직장인들의 독직행위가 많고, 사채시장이 번성하고 또 투기행위가 심한 것은 만성적인 인플레에도 그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경제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그의 검거 실적이 낮고 고리사채가 가계나 기업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데도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지하경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어 이를 단속해야 할 정부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각종 공직사회의 부패가 만연되어 공정해야 할 세무행정 차원에서도 불신감을 초래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래 공직자는 공질 양속과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일을 그의 첫째 임무로 삼아야 하고 따라서 공정무사하게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공직자의 직무수행에는 그의 집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이 배경이 되어 민간부문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만약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돈을 받아 승진, 영전 등 인사를 잘못 발령케 하거나 납품, 입찰 등 계약을 잘못 체결케 하거나 면허, 인가 등 민원업무를 잘못 처리케 하거나 풍속, 공해, 금융, 세무 등 단속을 소홀하게 하는 경우에 이들 부패는 바로 지하경제에 연결되는 것이다.

 

넷째, 재정운영에 커다란 압박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는 필연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지하경제가 왕성하면 할수록 탈세가 많아져서 재정수입이 줄어들고, 재정수입을 확충하려면 과세대상을 더 확대하거나 세율을 더 인상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서 선량한 납세자는 중과세에 허덕이고 정직한 납세자도 세금이 너무 과중하다고 느낄 때 탈세를 시도하게 된다. 하물며 자기가 내는 세금이 남보다 더 과중하고 또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대중납세자는 내놓고 탈세를 감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가 왕성하면 할수록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어 가난한 계층들에 대한 사회보장비 지출이 늘어나서 다른 경비지출은 물론 재정 운영전반에도 막대한 압박이 초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우에 과거에 치부형 권력형의 거액 탈세사건이 자주 발생하였고 감세 특전은 실효 면에서 주로 대자본가나 재벌기업에 편중되었으며 세금이 재원이 된 사회 간접자본의 혜택도 역시 주로 대기업의 입지조건을 개선 • 강화 하는데 집중되었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탈세가 곧 범죄라는 의식이 희석되어온 것은 사실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장부에 기록하지 못하는 사채이자, 뇌물제공, 잡금 또는 정치자금 등의 지출이 많은 기업일수록 탈세를 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경제는 아직도 건재하고 박정희 정권 때의 박영복 사건, 전두환 정권 때의 이 • 장 부부 사건, 명성그룹 사건 등 대형 사기사건을 들 수 있다. 최근의 노태우 정권 때의 제일생명사건(정보사 땅 사기사건)내용과 사회간접 자본의 특혜를 이용하여 형성된 대기업「소요집중」현황을 요약 옮겨보기로 한다.

 

6공화국 최대의 토지사기 사건으로 기록될 정보사 부지 사기사건은 작게는 △은행의 거래관행 △제일생명 윤성식 상무와 하영기 사장 간의 엇갈린 진술 △제일생명과 국민은행간의 책임회피성 주장에서부터 크게는 △정덕현 대리가 말한「고위층」의 정체 △전 합참군사자료과장 김영호에 대한 석연찮은 처리 △김영호가 말한 「원주인」과「국방부장관」고무인을 찍은 사람의 존재 △정명우가 주장한 군 접촉 조직여부 등 배후조직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정보사 부지 사기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배후」등 숱한 의혹을 속 시원히 풀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상기의 형성 과정을 유추해 볼 때, 정보사부지 매각대금 중 일부가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92년6월17일, 검찰은 정보사 땅 사기사건과 관련, 제일생명에서 빼돌린 6백60억 원 중 1백 2억 원이 사채놀이로 쓰여진 것을 밝혀냈다.

 

나름대로 치밀한 정보망을 관리하고 있는 사채 전주들은 정보사 사기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6월 초에 사건을 감지하고 해외여행 또는 휴가를 떠나는 등 몸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항간에는 전주가 고위층의 친인척인 정치인이라는 설도 있었다.

 

전주가 정치자금 조성을 위해 사채브로커 등을 동원하여 돈벌이를 했다는 소문이 사채시장에 파다하게 나돌았던 당시 월간 ‘옵서버’ 8월호에 게재된 ‘노 정권 비자금 조성 5년사 전모’기사와 관련하여 대통령 비서실 염홍길 정무비서관이 기사를 쓴 한겨레신문 정병찬 기자와 옵서버지 발행인 겸 편집자인 조민원 씨 등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된 사건이 발생되기도 했었다. 문제가 된 기사내용은 정보사사건과 관련 정권담당자들이 노 대통령의 퇴임 후 비자금 조성을 위해 국가재산을 비합법적으로 매각했고, 그 매각대금의 일부는 지난 14대 총선 때 이미 유용됐거나 대통령 선거용으로 비축하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일이 여의치 않아 ‘사기극’으로 끝나 버렸다고 조명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야당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퇴임 후 기금조성 차원에서 추진된 몇 개의 사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즉, 정보사 부지 이외에도 서울 우면동 소재의 대단위 형질변경, 수도권의 안양시 석관동 소재 탄약고 부지매각, 역시 수도권 인근의 S부대 부지매각 등 3~4건이 기금조성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기사에서는 심층 분석하여 실었다. 기사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패밀리는 정보사 문제와 관련된 한 군 출신의 B의원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했으며 B의원은 매각 과정을 무리 없이 처리하도록 이 분야의 달인이자 군 후배인 김영호 씨를 중간책임자로 선정했고, 매각자금을 재테크에 이용 기금을 증식시키기 위한 인물로 이재철 씨 형제를 선발했다. B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제일생명으로부터 받은 매각 대금 가운데 3백억여 원을 이 씨 형제에게 맡겨 돈 굴리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제일생명에서 인수한 현금 2백3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총선자금으로 민자당에 건네졌다. 그런데 이런 매각 및 돈 굴리기 고정에서 2개의 문제가 발생, 중간책임자들에게 거액을 뜯기고 게다가 돈 굴리기 과정에서 그나마 매각대금을 대부분 날리게 되자 퇴임 후 기금은 물론 정보사 부지 매각 대금마저 최고책임자 쪽으로 물리게 돼 아예 부지매매를 원인 무효화시키는 방향으로 각본을 다시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단순 사기극으로 재구성됐고, 제일생명만 수백억 원을 날린 멍청한 피해자로 둔갑했고 김 씨 일당은 사기죄를 뒤집어쓰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배후는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억지로 이 사건에서 발을 뺐다는 것을 전제로…,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이헌, 이하 공정위)가 50대 재벌 그룹의「소유집중」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위장계열사 조사에 의하면 위장계열사 조사를 촉발시켰던 현대자동차 부품공급업체 아폴로산업의 실제 소유주는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의 맏사위(노신영 (前)국무총리의 장남) 노경수 씨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재직 중인 그는 아폴로산업의 주식 90%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산업은 그동안 이 같은 특수 관계를 바탕으로 생산품인 범퍼 리어램프 전량을 현대 자동차에 납품해왔다. 92년도 매출액은 9백 54억 원 대한정밀화학(대표 심세진)은 지난 1987년 외국인 투자 인가를 받아 자본금 2백40억 원으로 독일회사와 삼성 측이 50대 50으로 합작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의 지분은 삼성전관이 47.5% 한일가전이 2.5%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탄산바륨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2백 22억 원 정도(91년 기준)이다.

 

희성금속(주), 금성사(주), 금성통신(주) 및 일본의 (주)다나카 귀금속 공업 간의 합작투자 계약에 의해 귀금속을 원료로 한 공업용 재료와 부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희성금속의 경우 구자경 럭키 금성그룹 호장의 둘째아들 본릉 씨와 막내아들 본식 씨가 각각 33%, 14.5%의 지분을 갖고 있고, 둘째사위 김화중씨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종현 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최종욱 회장이 운영하는 (주)SKM은 지난해 매출 1천3백억 원, 당기순이익 24억 원을 낸 알짜배기업체, 전자부품 중 자기테이프 제조 판매와 수출입 업무 및 면세점 업을 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최종욱 회장(49%)이다.

 

기산은 1976년 동양종합기술공사로 설립하여 1985년11월 기아그룹 종업원들의 복지향상 및 재산형성을 위한 기금으로 인수된 기아그룹 관련사다. 따라서 기산은 기아그룹의 계열사와 같은 위상에 서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산이 1980년대부터 그룹사 발주공장, 사옥공사 등을 독점적으로 맡아온 것이나 영남지역 자동차 판매권을 맡아왔다.

 

이렇듯 대부분 재벌그룹 계열사의 전체주식 중 그룹오너와 자녀, 배우자 등 특수 관계인 및 계열회사가 갖고 있는 주식의 비중(내부지분율)이 1992년4월1일 평균 46.4%에 이른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정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아 비교 가능한 것은 자산 총액기준 30대 재벌의 내부 지분율 정도인데 이는 1990년 말 46.9%에서 1991년 말 46.1%로 거의 변화가 없으며, 또 1991년 말의 내부 지분율을 그룹 규모별로 보면 자산총액기준으로 상위 5대그룹 51.9%, 10대그룹 47.1%, 30대그룹은 46.1%로 규모가 큰 그룹일수록 소유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조세의 공평원칙이 철저히 파괴되기 때문이다. 세금을 공평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하경제는 세금의 가장 기본원칙이라 할 수 있는 공평성을 철저히 파괴시킨다.

 

원래 경쟁원리가 작용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 되어 있고 수정 자본주의 단계에서 국가가 해야 할 임무의 하나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소득재분배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지하경제가 왕성하면 할수록 탈세자는 부자가 되고, 지상경제에서 정직하게 납세하는 납세자는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되어, 설사 세제가 아무리 공평세제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빈부의 격차는 더욱 더 확대되고 마는 것이다.

 

여섯째, 각종 통계의 정확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현황이 어떠한가를 분석하고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할 경우에 지하경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정책운영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된다. 경제통계에는 국민총생산(GNP)을 비롯하여 경제성장률, 실업률, 저축 및 투자율 등이 있고, 재정통계에는 재정규모를 비롯하여 재정 부담률, 조세부담률, 직간세구성비 등이 있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식통계는 무력화되고 정책은 공전화 될 위험성이 많다. 우리사회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지표를 일반국민이 믿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곱째, 세계경제의 블록화 정세격변에 대처한 능동적 체제전환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변화는 서서히 진행된다. 그러나 간혹 화산 분출과도 같은 거대한 힘을 지닌 변화가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수도 있다. 지난 1989년부터 1991년 사이가 바로 그런 지각변동의 시기였다. 89년에는 6개월 사이에 동구권 6개 국가가 공산 독재와 구소련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며 1990년 3월에는 독일이 분단 45년 만에 통일을 이루었다. 그 직후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동유럽경제상호원조협의회의(COMECON)가 와해되었으며 91년 말에는 소련자체가 붕괴되고 말았다. 갑자기 냉전이 끝난 것이다.

 

냉전체제에서는 서방 국가 간의 경제적 마찰은 쉽게 제지되었다. 그러나 군사적, 정치적, 지역적인 세계가 상업적, 경제적, 재정적인 세계로 바뀌게 됨에 따라 이러한 규칙도 어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미국-유럽-일본이 맺어왔던 협력적인 삼각구도가 깨지고 서로 철저히 경쟁하는 3개의 블록이 형성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더욱 엄격히 「상호 의존적인 알력」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은 자유로워져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는 선언들이 들려오는가 하면 관리무역 및 산업정책의 미덕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공론도 있다. 각국은 자국의 근로자나 농부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할 때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립하는 경향을 보인다. 분쟁의 경향이 군사적인 것에서 경제적인 영역으로 옮아가면 갈수록 보호주의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과거에는 전국에 대한 군사적인 봉쇄가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인 봉쇄가 종종 강구되곤 한다.「경제는 전쟁의 한 수단이 되었다」는 대니얼 벨의 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윌리엄 와일러도「내 생애 최고의 해」(1946년)에서 이념대신 기술전쟁, 자원전쟁, 인종전쟁……세기의 경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야단들이다. 전략가들은 군사안보 전략 대신 「경제헬밋」을 바꿔 쓰느라 부산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레스터 교수 「MIT 경영 대학장」의 신간 「두뇌전쟁」(Head to Head)은 책의 부제가 말해 주듯이 「유럽 • 일본과 미국 간의 다가오는 경제 전쟁」을 다루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치솟던 경제력이 다소 추 춤 하긴 해도 서로 교수는 앞으로의 세계경제 전망을 일본 • 유럽과 미국으로 좁혀보고 있다. 전쟁 승패의 진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로 유럽이 승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우선 유럽인의 재간이 으뜸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의 저력, 독일의 수출력, 이탈리아의 디자인, 프랑스의 패션, 영국의 금융솜씨를 예로 들고 있다. 유럽이 단일 경제력으로 가장 큰 규모이기 때문에 새 경기규칙(rules of the game)의 주도권을 그들이 쥐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점은 변혁의 활력에 불이 댕겨진 곳은 유럽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호주의의 벽을 뚫고 유럽과의 경제전쟁에서 미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로교수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서유럽 경제통합에 이어 북아메리카도 마침내 경제국경을 허물기 위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지역경제블록으로 등장한 미국-캐나다-멕시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 선언은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지탱해온 구식의 발상과 행동양식을 모조리 폐품을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으며 더 나아가 그에 못지않게 확실해지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고립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나 블록 내 시장보호와 다른 지역에 대한 차별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실제로는 보호 무역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당초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기술 및 자본력, 캐나다의 풍부한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을 결합해 북미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루자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1991년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 참여국의 경제규모는 인구 3억6천6백만 명, 국민총생산(GNP) 6조5천9백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세계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EC(28%)를 웃돈다는 사실이다.

 

즉, NAFTA 3국은 3억6천만 명의 「소비자」와 6조 달러의 시장을 단일화 함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가장 부유한 경제블록을 형성하게 되었고, 세계경제는 지역블록화 경향으로 흐를 것이 분명해졌다. 워싱턴 소재 경제전략연구소는 NAFTA가 발효되면 일본 •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멕시코를 대미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세계 각국은 북미시장 통합에 대비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우회 수출하기 위해 인건비와 땅값이 싼 멕시코에 1991년 한 해 동안 1백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중에서 한국의 투자 집행건수는 불과 2건에 1천83만 달러 한국의 최대수출 시장인 북미대륙을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 해놓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멕시코는 이번 북미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해 「미국은 멕시코와 협력함으로써 아시아 신흥공업 국가들의 경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 무기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한국경제에 있어 대 미국수출이 계속 줄어들게 됨으로 인해 국가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의 블록화 정세격변에 대처한 능동적 체제전환이 요구되는 국가「재정재건」의 신경제 질서 확립은 우선 국제 금융시장 개방의 융통성 있는 금융자율화 추세에 부응하여 공공부분의 상호 관련된 국내외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 축적을 유도함으로써 음성화된 「지하경제」(검은돈)가 새로운 양성화 국면으로 점진적 적응이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 즉, 국가 경제정책 차원에서의 국제 경쟁력의 배양이 생존가능 됐을 때, 국제경제 환경의 조성이란 측면에서「검은 돈」을 점차 맑게 하여 건전한 경제 체질을 만들고자 하는 미래지향적인 제도로서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체제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은 금융실명제가 초래하는 의미 즉,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체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검은돈」을 어떠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용할 것인가에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기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의 금융실명제가 단행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오히려 「제도적 배경이 무실한 상태에서의 실명제가 갖는 정치적 함축성」으로 표출되어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실물투자가 왜곡되고, 금융시장의 자율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자본잠식 등으로 인한 장기적인 인플레, 금융공항, 경기후퇴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지하경제」(검은돈)이라고 해도 정책 입안자가 시대적 상황분석과 시기적 선택을 잘못 판단하여 무조건 멈추게 하면 경제는 숨이 막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