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혁명. (부제: 국가통치사상학)_30/100회_혁명의 끝.

 

 

2. 유물사관

 

인간은 집단을 형성하고 공동생활을 영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문화적 업적을 성취시켜 왔다. 이 업적인 인류 문명의 의의나 가치 및 목적에 관한 공산주의자들의 통일적 견해의 기초는 「유물론(materialism)」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공산주의 유물사관은 인류 문명의 전개 과정과 세계사의 발전 방식에 관한 공산주의자들의 대견해이다.

 

만유의 궁극적 실재가 물질이라고 보고 정신적 모든 현상이 물질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유물론은 고대 희랍 철학에서부터 존재하고 있으나, 공산주의의 유물론은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에르 바하(Feuerbach)에서 시작된다. 그에 의하면 인류와 세계는 철저한 물질본위 사조의 지배 아래 역사발전 5단계라는 도식을 거쳐 마침내 공산사회에 도달하게 되며, 거기에서 역사는 그 존재목적을 완전히 달성하고 인간은 만세토록 유토피아를 구가하게 된다.

 

역사의 전개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질 • 자연계에서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과 폭발이 그리고 인간사회에서는 계급투쟁이 역사를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며, 그 발전은 변증법적 방법으로 진행된다.

 

인류역사 발전과정에서 공산사회 단계인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가 끝나면 일시적 과도기인 사회주의, 사회단계가 나타나는데 이때에는 프롤레타리아가 계급 독재를 실시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만 마지막 공산사회의 출현을 확실하게 단축할 수 있다.

 

공산사회가 되면 부르주아지의 착취도구였던 국가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인류는 물질의 풍요와 소유의 진공 속에서 지상낙원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에서 유물사관의 연원을 고찰해 볼 때 독일의 고전철학, 영국의 고전경제학 그리고 프랑스의 사회주의 정치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18 • 19 양 세기에 걸쳐 당시 세계 문명의 선진국인 독일 • 영국 • 프랑스에서 연구 누적된 형이상학과 사회과학이 헤겔(Hegel), 포이에르 바하(Feuer bach), 쌍시몽(Saint Simon), 리카르도(Ricardo)등의 학문적 가교를 통해 마르크스에 의하여 집대성되었으며, 이것이 다시 20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레닌, 스탈린(Stalin), 모택동 등 많은 혁명 이론가의 실전 투쟁을 거쳐 연구 발전되어 온 것이 공산주의임에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시공을 초월하여 광범한 관련성과 깊은 연원성을 갖고 있는 공산주의 이념의 핵심을 무엇인가? 공산주의자들의 주요 학설과 혁명이론을 지도하는 최고 이념 및 방향은 결국 그들의 세계관과 역사관의 발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공산주의 유물사관」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공산주의 세계관의 기초로서의 유물사상은 어떠한 것인가? 「교권사회」로 불리지기도 하는 구라파의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신의 의지가 모든 창조의 근원이고 사회의 권세가 세계를 지배하였다. 기독교의 배타적 군림에 대한 인간문명의 반발이 성직의 부패와 르네상스 • 종교개혁을 계기로 분출되면서 신의 자리에 인간이 들어서고 신의 전지전능을 인간의 이성이 대신하게 되었는데, 세계관의 기초에 관한 이 새로운 견해는 학문 세계의 모든 영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18세기의 「계몽시대」를 거쳐 칸트와 헤겔에 의하여 관념철학으로 집대성되었다. 그러나 칸트, 헤겔 등 독일 고전철학자들의 관념론이 지나치게 유심적 경향에 몰두하여 극단화되면서 그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유물론이 등장하였으며, 그 대표적인 학자가 포이에르 바하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큰 감명을 준「기독교의 본질」의 분석에서 포이에르 바하는 「신은 인간의 내면이 외현된 것이며」 「신 자체가 인간의 자기소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신을 인간이성으로 대체시킨「헤겔 철학은 신학의 최후의 도피장, 최후의 기주」라고 헤겔의 이성론을 비판하면서 자기의 유물론을 이성적 인간이 아닌 감성적 인간, 연역적 형이상학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철학의 중심문제로 삼고 정신보다는 물질을, 특히 신보다는 살아있는 인간을 중심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그를 현실세계에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막연한 추상체에서 맴돌게 한데 대하여, 마르크스는 사물에 대한 인식은 객관 세계에 독립 존재하는 실재물이 사람의 뇌수에 반영하여 성립한다고 하는 모사설을 취하여 유물론에 연결시켰다. 이는 곧, 인간은 실재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정확하게 인식만 한다면 인식과 실재의 일치인 진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인간의 사유」가 객관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결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실천적인 문제다. 실천에서 인간은 진리를 즉, 그의 사유의 현실성과 힘을 실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하는 공산주의의 실천적 유물론은 사회와 역사에 관한 필연적 진리라고 단정된 공산주의의 결정론적 역사관과의 통합선 상에서 진리의 검증과 진리의 실현을 위한 행동을 요약하는「전투적 유물론」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산주의 세계관의 기초가 되고 있는 이른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의 종교관의 내용을 살펴보면, 종교가 세속의 자기 분열 • 자기모순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하여 종교의 환상을 비난하며 종교적 심정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이에르 바하는 신의 구조적 파악에 있어서, 토대인 절곡에서 인간이 회복된다고 유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인간이 정신으로부터 객관적 실재로 구체화 되는 단계에서도 그는 종교의 세계를 「세속세계의 자기 소외」와 「인간 의식의 외현」으로서 해석하고 긍정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우연성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믿음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신앙이란 결국 장래의 예정 조화나 결정론적 필연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면, 마르크스주의는 물질적 생산력과 공산사회의 종말론적 도래에 대한 신앙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종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지구상에 출현한

 

현실상의 공산주의가 종교적 색체를 띄지 않을 수 없었던 극단적 독단이다. 급기야 공산주의자들의 유물론 전개에 시종여일 존재하는 유물사상의 극단화는 다시 그에 대한 반작용을 낳을 뿐만 아니라, 특이한 점은 그와 같은 극단적 유물론의 비진리성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미르크스-레닌주의의 유물론에 철두철미하게 기초하여 건축된 공산국가들의 현실 자체가 하나같이 모두 이론과 현실의 엄청난 모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영웅적 행동을 찬양 • 고무하는 유심론의 중요한 원칙이 카리스마적 개인숭배의 형태로 공산주의 진영에 만영되어 있다.

 

공산주의의 유물사관에 대한 정점은 역사관에 놓여진다. 공산주의 유물사관의 해설에 의하면 인류는 태초에 재화와 물질을 만인이 공유하고 생산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원시 공산사회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후 역사는 바뀌어 로마제국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수의 귀족이 다량의 노예를 소유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유일한 생산수단인 노예의 노동력을 독점 지배하는 고대 노예사회로 변화하였다. 이 노예사회는 다시 중세 봉건사회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제도 하에서는 봉건 영주가 사회의 생산력을 장악하고 농노나 수공업자들은 이들을 위하여 생산에 종사하였다. 유럽에서 꽃을 피웠던 중세 봉건사회는 근대로 넘어오면서 자본주의 사회(Capitalism)로 탈바꿈한다. 이 사회가 바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생존하고 있던 시대로서, 과학의 발달과 자본의 집중으로 사회 생산력은 혁명적으로 발전하, 모든 생산력이 자본가에 지배되며, 고용노동자의 자유와 인간성이 계급적 착취를 통해 무참히 짓밟혀 급기야 계급투쟁이 발발함으로써 종막을 고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수천 년간 계속되어온 인류역사를 규명하여 그의 사관을 체계화하려고 노력하였다. 과거 사실을 평가하고 현재 상태를 분석하며 미래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그는 복잡한 인간사회의 변화와 장구한 세계사의 발전을 간단 명료하게 도식화시켜 나갔다.

 

마르크스의 발전사관적 해석에 의하면, 인류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물질세계의 인간사회에로의 전화인 경제영역에서 그 재화의 생산력의 발달에 있다. 인간사회의 생산능력은 생산도구의 발달과 노동력의 효율성 증진에 따라 계속 발전하며, 과학발달과 사회발전에 의해 부단히 증가하는 속성을 특색으로 한다. 그런데 생산력의 제고에 따라 사회도 발전하지만, 그것만으로 세계사의 혁명적 도약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 인간사회를 원시, 고대, 중세, 근대, 래 등으로 구분하여 파악하고 각 시대에 공산사회, 노예사회, 봉건사회, 자본제사회, 그리고 다시 공산사회를 조응시킴으로써, 인류의 역사를 그 시작에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5단계의 발전 과정으로 도식화한 것이 유명한 역사발전 5단계 설」이며 공산주의 역사관의 대망이다.

 

특히 역사발전 5단계 설에 따른 각 시대에는 생산력의 소유적 반영인 생산관계가 자리한다. 생산관계란 생산력의 소유에 관한 사회제도를 의미한다. 각 시대의 생산관계는 그것이 한번 정해지면 어떠한 변화도 거부하는 곧 현재의 생산력 소유관계를 계속 유지 • 고정하려는 불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한 생산양식의 두 요소인 이들 사이에서 발전을 속성으로 하는 생산력과 고정을 속성으로 하는 생산관계는 상호 모순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생산관계가 생산력의 발달을 억압하게 될 때 그 생산관계는 질곡으로 변하여 마침내 서로 충돌 폭발함으로서, 발달된 생산력에 맞는 새로운 생산관계가 출현하면 이것이 곧 새 역사시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물질과 경제를 중시하지만, 또한 현실세계의 복합성을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물질과 경제를「토대」로 보고 그 토대 위에 건설되며 또 토대의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상부구조」로 법률, 정치, 문화, 예술 등의 이른바 의식세계를 설정하였다. 생산양식의 변화는 바로 토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토대의 변화에 의하여 토대를 전제로 쌓아진 거대한 상부 구조는 모두 변혁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역사발전과 사회변화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은 계급 투쟁설이나 공산 사회적 유토피아와 연결되지 않는 한 그 자체 만으로서는 하나의 학설로서 긍정 평가될 수 있다.

 

공산주의 유물사관이 역사를 발전과정으로 파악하면서도 발전동기에 주목하여 그것을 생산양식의 변화에서 찾은 점은 형이상학적 헤겔류의 역사철학보다 현실적으로 진일보한 사관이다. 더욱이 공산주의 유물사관이 물질계의 현실 반영에 경제계를 그리고 경제계의 상부구조에 정신적 영역을 대칭시켜서 그들 간의 관계에 유기적 관련성을 부여한 것은 포이에르 바하류의 유물론적 세계관보다 더욱 구체화, 체계화 된 논리이다.

 

특히 공산주의 유물사관이 경제력 변화에 따른 사회 • 역사의 인과적 발전과정을 거시적으로 통찰하면서도 구조적으로는 규명하려 한 것은 단순한 경제사관에 비하여 포괄적이면서 실증적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사회 붕괴 이후에 필연적으로 출현하는 미래 공산사회는 세계사의 마지막 발전단계에 해당한다. 이에 이르러 생산수단을 억누르고 있던 모든 질곡이 타파되어 생산력이 극대화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인류사회는 소유의 불필요와 착취의 부재 속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이와 같이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기의 역사관을 포괄적으로만 묘사하였기 때문에 막연하고 해석상 논쟁의 소지가 많았었다. 그리고 레닌, 스탈린 등 많은 공산주의 「교조」들이 거창한 논리를 전개한 의도는 본질상 유물론상의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유심론과 계몽사상의 중심적 과제로 간주되어야 하며, 이는 공산주의 유물론의 독일 관념론에로의 회귀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또한 모택동의 모순론 • 실천론 등 그들의 저작도 공산주의 사회의 출현의 필연성과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이론 설명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지나친 독단과 많은 당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르크스, 엥겔스의 학문과 그 태도를 높이 평가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각색된 경제적 편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사와 인류문화를 살피건대, 기독교나 불교 그리고 유학 등은 시대의 변화에 관계없이 수천 년간 계속하여 인간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 사상이 대중 사이에 전파된 후 대중이 계몽됨으로 하여 변혁이 뒤를 따랐고 정치, 사회, 질서가 개편된 이후에 경제제도의 변화가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논리상, 이러한 논리는 역사 사실에 정통한 공산주의자들의 탈권 혁명을 목표로 할 때는 공산주의 유물사관의 이론영역에서 떠나, 먼저 공산주의 사상과 공산이데올로기의 의식력으로 혁명을 조작하여 상부구조를 변혁시키고 다음에 정치, 문화, 사회의 개조에 따라 토대의 생산양식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는, 곧 마르크스-레닌주의 상의 공식과는 정반대의 방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역사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결국 일정한 과정을 따라 전개되는 세계사는 태초의 시작에서부터 그 변화와 발전 코스가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적 역사관에 입각한 공산주의의 역사해석은 사회와 역사를 변화시키는 원인으로서 인간사회의 「생산양식(mode of production)」의 변동을 절대시 하고 있는데, 이 견해는 이른바 경제사관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역사변천의 원인으로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종래의 경제사관과 구별되는 점은 공산주의의 유물사관이 사상의 논리 체계에 있어서 가일층 깊이를 더하게 하기 위하여 유물론에서 출발하고 경제를 물질의 사회적 전화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만 이 논리는 하나의 가설이지 검증된 법칙이 아니다. 위태로운 가설을 공산주의 혁명이론의 토대로 전제하여 자본제 사회는 보다 증대되는 생산력에 의하여 타파되고 생산력 발달이 극대화 되는 곳에 공산주의사회가 출현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변증법적 발전 자체를 부인하는 해괴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소련 중공 동구 등 공권력에 의하여 생산력의 사유를 폐지한 체제들이 겪고 있는 생산력의 엄청난 퇴보라는 현실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고 하겠다.